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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임원 골프 라운드에서 들은 '타 회사 시스템 교체' 건, 이게 수주 기회다

금융권 임원 골프 라운드에서 들은 '타 회사 시스템 교체' 건, 이게 수주 기회다

일요일 오후, 골프장 일요일 오후 2시. 분당 CC 12번 홀. 금융권 임원 셋이랑 라운드. 평소 알던 K은행 IT본부장, 처음 보는 S증권 부사장, 우리 회사 상무. 날씨 좋다. 바람 적당하다. 스코어는 안 좋다.12번 홀 티샷 끝나고 카트 타고 가는데. S증권 부사장이 말했다. "요즘 A사 시스템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어." 귀가 번쩍 뜨였다. A사. 우리 경쟁사다. 시장 점유율 2위. 우리가 1위. "무슨 일인데요?" "작년에 구축한 트레이딩 시스템. 장 시작하면 자꾸 느려져. 한두 번이 아니야." K은행 본부장이 맞장구쳤다. "아, S증권도 그래? 우리도 A사 시스템 하나 있는데 비슷해. 성능 이슈 계속 나와." 카트에서 내렸다. 공 찾으러 가면서도 계속 들렸다. "고객 컴플레인 들어오면 답이 없어. A사 애들 부르면 '튜닝하겠다'만 반복해." "우리도 똑같아. 근본 해결은 안 되고." 세컨샷 치면서 생각했다. 이거다.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작년 A사가 수주했던 프로젝트. 규모 150억. 우리가 제안했다가 가격에서 밀렸다. 그때 우리 제안 단가가 A사보다 20% 높았다. 품질 차이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가격이 정답"이라던 S증권 구매팀장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그 '싼 게 비지떡'이 증명되는 중이다. 라운드 끝나고 사우나 라운드 끝났다. 스코어 95. 평소보다 못 쳤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클럽하우스 사우나. 다들 맥주 마시면서 이야기 이어갔다. S증권 부사장이 계속 말했다. "시스템 교체 검토 중이야. 근데 예산이 문제지. 작년에 150억 쓰고 또 쓰자니." "그래도 안 되는 거 계속 붙들고 있을 순 없잖아." "그건 맞는데. 경영진 설득이 쉽지 않아." 우리 회사 상무가 슬쩍 말했다. "저희가 한번 검토해드릴까요? 전면 교체 말고 다른 방안도 있을 수 있죠." 부사장이 웃었다. "그래? 근데 공식적으론 아직 아무것도 없어. 내부 검토 단계야." "비공식 검토도 괜찮습니다. 레퍼런스나 기술 자료 정도만." "그 정도야 뭐. 월요일에 우리 팀장한테 연락해봐." 상무가 내 쪽 봤다. 눈빛으로 '네가 해'라고 말했다. 고개 끄덕였다.사우나 나와서 상무랑 잠깐 얘기했다.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작년에 우리 제안서 아직 있죠?" "있지. 근데 그대로 쓰긴 어렵겠지. 1년 지났어." "제안 방향은 비슷하게 가되, 접근법을 바꿔야죠. 전면 교체보다 '단계적 전환'으로." "예산 부담 줄이자는 거지?" "네. 그리고 A사 시스템 문제점 분석 먼저 제안하고요. 무료로." 상무가 웃었다. "공짜 컨설팅으로 들어가서 발 들여놓는다?" "그게 제일 안전합니다. 공식 발주 나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리 잡으면." "월요일 아침에 S증권 IT담당 팀장한테 전화해." "네." 집 가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골프 라운드가 이래서 중요하다. 공식 회의에선 절대 안 나오는 얘기가 나온다. '시스템 문제 있어요' 같은 말은 회의실에선 못 한다. 체면 때문에. 근데 골프장에선 다르다. 맥주 한잔 하면서 "야 우리 진짜 골치 아파"가 나온다. 그게 정보다. 수주 기회다. 월요일 아침 7시 월요일 아침 7시. 출근 전에 자료 먼저 찾았다. 작년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제안서. PDF 1200페이지. 당시 PM이랑 아키텍트랑 두 달 밤샘해서 만든 거다. 제안 단가 180억. A사가 150억으로 가져갔다. 당시 평가 점수 보니까 기술 부분은 우리가 높았다. 가격 점수에서 밀렸다. "기술이 좋아도 비싸면 안 된다"던 구매팀장. 이제 그 결과가 나왔다. 느린 시스템. 고객 컴플레인. 장애 대응 안 됨. 작년 제안서 훑어봤다. 핵심은 '성능 보장 아키텍처'였다.실시간 트레이딩 처리 속도 0.1초 이내 동시 접속 1만 건 처리 가능 장애 발생 시 자동 전환 시스템 A사 대비 30% 높은 처리 용량당시엔 "오버 스펙"이라고 했다. S증권 구매팀이. "그 정도까지 필요 없어요. A사 제안으로 충분해요." 이제 부족하다는 걸 알았을 거다. 8시 반. S증권 IT담당 차팀장한테 전화했다. "팀장님, 어제 부사장님이랑 라운드했는데요." "아, 들었어요. 시스템 얘기 나왔다며?" "네. 저희가 한번 검토 도와드리면 어떨까 해서요." "검토요?" "현재 시스템 성능 분석이요.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향 제시해드리는 거죠." "그거 돈 안 드나요?" "아뇨. 무상으로 해드립니다. 저희 레퍼런스 쌓는 거니까요." 전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 "그럼... 일단 만나보죠. 목요일 오전 어때요?" "좋습니다. 저희 아키텍트 한 명 데리고 갈게요." 전화 끊었다. 첫 발 들여놓았다.작전 회의 오전 10시. 우리 팀 회의실. 나, 상무, 김 아키텍트, 이 PM 모였다.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건입니다. 작년에 A사한테 뺏긴 거." 김 아키텍트가 고개 끄덕였다. "기억나요. 가격 때문에 졌죠." "맞아. 근데 지금 A사 시스템이 문제 생겼어. 성능 이슈." 상무가 말했다. "S증권 부사장이 직접 얘기했어. 시스템 교체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주 나온 건가요?" "아니. 아직 내부 검토 단계야. 근데 우리가 먼저 들어가는 거지." 이 PM이 물었다. "어떻게 접근하시려고요?" 내가 설명했다. "1단계: 무상 성능 분석. A사 시스템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짚어주는 거야." "2단계: 개선 방안 제시. 전면 교체 말고 단계적 전환 방안." "3단계: 예산 최소화 제안. 경영진 설득 도와주는 거지." 김 아키텍트가 웃었다. "공짜로 일해주면서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거 보여주는 거네요." "정확해. 그리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A사 시스템 약점 다 파악하고." "그럼 정식 제안 때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죠." 상무가 말했다. "목요일 오전 미팅. 김 아키텍트랑 같이 가. 이 PM은 제안 시나리오 3개 준비해." "전면 교체, 단계적 전환, 부분 개선. 세 가지 다." "예산 규모도 각각 다르게. 50억, 100억, 150억 버전." "목요일까지요?" "응. 미팅 가서 S증권 반응 보고 그 자리에서 제시할 수 있게." 회의 끝났다. 자리 돌아와서 생각했다. 이번엔 진짜 기회다. 작년엔 가격에서 졌다. 근데 이번엔 다르다. 상대가 실패한 프로젝트 위에서 시작하는 거다. 우리 제안이 '구원'처럼 보일 거다. 그리고 무료 분석으로 먼저 신뢰 쌓으면, 가격 협상도 유리하다. "비싸도 확실한 거 하자"는 분위기 만들 수 있다. 목요일 오전, S증권 본사 목요일 오전 10시. 여의도 S증권 본사 23층. 차팀장 회의실에서 만났다. 차팀장, 박과장, 우리 둘. "요즘 시스템이 어떤 상황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차팀장이 한숨 쉬었다. "장 시작하면 느려져요. 아침 9시 5분부터. 접속자 몰리면 응답속도가 3초까지 올라가요."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3초면 치명적이죠." "맞아요. 고객들 컴플레인 빗발쳐요. '체결이 안 됐어요', '주문 넣었는데 안 보여요'." 박과장이 자료 보여줬다. 장애 리포트 20건. 최근 3개월.9월 12일: 장 시작 후 5분간 시스템 느려짐 9월 18일: 동시 접속 7천 명 시점에 응답 지연 10월 3일: 주문 처리 지연으로 고객 손실 발생 10월 15일: 오전 장 시작 15분 후 시스템 다운"A사 대응은 어떻게 하나요?" "매번 '튜닝하겠다'고 해요. DB 쿼리 튜닝, 캐시 설정 조정, 서버 증설." "근데 근본 해결은 안 되고?" "네. 일주일 괜찮다가 또 터져요." 김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처 구조 자료 볼 수 있을까요?" "이거요." 박과장이 파일 하나 열었다. 시스템 구성도. 김 아키텍트가 5분 보더니 말했다. "문제 보이네요. WAS가 단일 구조예요. 부하 분산이 안 돼요." "단일 구조요?" "네. 접속자 많아지면 WAS 하나가 다 받아요. 병목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중화 구조로 바꿔야죠. 그리고 트레이딩 처리 로직을 별도 서버로 분리하고." 차팀장이 고개 끄덕였다. "작년에 그쪽이 제안했던 거네요. 우리가 안 받아들인 거고." "이해합니다. 당시엔 예산 문제도 있으셨을 거고." "맞아요. 근데 이제 보니까..." 말을 안 해도 알았다. '싼 게 비지떡'이었다는 거. 내가 제안했다. "저희가 정밀 분석 한번 해드릴까요? 2주 정도 시간 주시면, 현재 시스템 문제점이랑 개선 방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비용은요?" "없습니다. 무상이에요." "왜요? 그냥 해주신다고요?" "저희 입장에선 레퍼런스죠. S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 시스템 분석 경험. 나중에 다른 곳 제안할 때 쓸 수 있으니까요." 차팀장이 박과장 쳐다봤다. 박과장이 고개 끄덕였다. "좋습니다. 해보시죠. 근데 A사랑 충돌 안 하게 해주세요." "당연하죠. 저희는 분석만 하는 거니까. A사 업무 방해 안 합니다." "그럼 다음 주부터 시작할까요?" "네." 회의 끝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타면서 김 아키텍트가 말했다. "들어갔네요." "응. 이제 2주 동안 A사 시스템 속속들이 파악하는 거지." "분석 보고서 나오면 S증권 입장에선 우리 말만 믿게 되겠네요." "그게 목표야." 2주 후, 분석 보고서 2주 지났다. 김 아키텍트팀이 분석 끝냈다. 보고서 120페이지. 핵심 내용: 현재 시스템 문제점WAS 단일 구조로 병목 발생 DB 커넥션 풀 설정 부적절 트레이딩 로직과 일반 로직 미분리 캐시 전략 부재 모니터링 시스템 미흡개선 방안 3가지 방안1: 부분 개선 (50억)WAS 이중화 DB 튜닝 캐시 서버 추가 예상 효과: 응답속도 50% 개선방안2: 단계적 전환 (100억)트레이딩 모듈 재구축 아키텍처 부분 변경 신규 서버 추가 예상 효과: 응답속도 80% 개선방안3: 전면 교체 (150억)시스템 전체 재구축 차세대 아키텍처 적용 클라우드 기반 전환 예상 효果: 완전한 성능 보장금요일 오후 S증권 본사. 보고 미팅. 차팀장, 박과장, 그리고 이번엔 부사장도 왔다. 골프장에서 만났던 그분. "보고서 잘 봤습니다. 정말 상세하네요." "2주 동안 시스템 로그 다 분석했습니다. 문제점이 명확합니다." 부사장이 물었다. "세 가지 방안 중에 추천은?" 김 아키텍트가 답했다. "방안2입니다. 단계적 전환." "이유는?" "방안1은 임시방편이에요. 당장은 나아지지만 1년 후 또 문제 생깁니다." "방안3은 예산 부담이 크고, 전면 중단 리스크 있고요." "방안2는 핵심 모듈만 먼저 바꾸는 겁니다. 리스크 적고, 효과는 확실하고." 부사장이 고개 끄덕였다. "100억이면... 내년 예산에 넣을 수 있겠네." 차팀장이 말했다. "부사장님, 이 방안대로 가면 경영진 보고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현재 시스템 문제점 데이터 이렇게 명확하면." "그리고 우리가 작년에 150억 썼다가 이 꼴 됐잖아. 100억으로 제대로 하는 게 맞아." 내가 말했다. "정식 제안 들어가도 될까요?" 부사장이 웃었다. "아직 공식은 아니야. 근데 내부 검토 자료로 이거 쓸게. 경영진 보고 끝나면 연락할게." "감사합니다." 미팅 끝나고 나왔다. 회사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상무한테 전화했다. "상무님, 됐습니다. S증권 부사장이 경영진 보고한대요." "우리 방안대로?" "네. 방안2, 100억 단계적 전환." "좋아. 정식 제안 준비 들어가. 이번엔 못 뺏겨." "네." 한 달 후 한 달 지났다. S증권에서 연락 왔다. "정식 RFP 나갑니다. 다음 주 월요일." "경쟁 PT는 언제죠?" "2주 후. 근데... 경쟁사가 A사예요." 웃음 나왔다. A사가 또 제안한다고? 자기들이 만든 시스템 망가뜨려놓고, 또 고치겠다고 들어오는 거다. "괜찮습니다. 경쟁 환영이죠." PT 준비 2주 동안 했다. 작년 제안서 베이스로, 분석 보고서 내용 추가하고, 레퍼런스 업데이트하고. 가격은 105억으로 잡았다. 100억보다 5억 높다. 근데 정당화 가능한 범위. "우리는 분석 끝냈고, 정확히 어디 고쳐야 하는지 압니다" 포인트로 가는 거다. PT 당일. 우리가 먼저 발표. 40분.현재 시스템 문제점 (우리가 분석한 데이터) 개선 방안 (구체적 아키텍처) 일정 (12개월, 단계별) 예산 (105억, 항목별 상세) 레퍼런스 (유사 프로젝트 5건)S증권 평가위원들 표정이 좋았다. 고개 끄덕이고, 메모하고. A사 차례. 그들도 40분 발표. 근데 방향이 이상했다. "저희가 만든 시스템이라 누구보다 잘 압니다." "튜닝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개선됩니다." "예산 80억이면 가능합니다." 발표 끝나고 질의응답. 부사장이 물었다. "A사, 왜 처음부터 제대로 안 만들었어요?" A사 본부장이 당황했다. "그게... 당시 예산 범위 안에서 최선을..." "최선이 이거예요? 3개월간 장애 20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원인 파악했고..." "1년 동안 뭐 했어요? 원인 파악을?" 말문 막혔다. 차팅장이 물었다. "80억으로 어떻게 고치는데요? 아키텍처 바꾸려면 100억은 들잖아요." "저희는 아키텍처 안 바꿔도..." 김 아키텍트가 끼어들었다. (우리 편이 질문하는 척) "WAS 단일 구조 그대로 두고 어떻게 개선하시나요?" "그건... 튜닝으로..." "저희 분석 보고서 보셨죠? 구조적 문제예요. 튜닝으론 한계 있어요." A사 팀 아무 말 못 했다. 평가 끝났다. 복도 나오면서 상무가 말했다. "이겼어. 100%." "그렇죠?" "A사 저렇게 당하는 거 처음 봤다." 일주일 후. S증권에서 전화 왔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습니다." "저희죠?" "네. 축하합니다." 계약 계약 협상 2주 걸렸다. S증권 구매팀이 가격 깎으려 했다. 당연한 수순. "105억은 좀 비싼데요. 100억으로 안 될까요?" "항목별로 다 근거 있습니다. 5억 깎으면 인력 줄어요." "인력 줄면 어떻게 되는데요?" "일정 늘어납니다. 12개월이 15개월 되는 거죠." "그건 곤란한데..." "그럼 105억 그대로 가시죠." 결국 103억으로 합의. 2억 깎아줬다. 그 정도면 괜찮다. 계약서 쓰는 날. S증권 본사 회의실. 부사장이 악수하면서 말했다. "골프 라운드 한 게 잘한 일이네." 웃었다. "저도 그날 라운드 나가길 잘했어요." "이번엔 제대로 만들어줘요. 부탁해요." "걱정 마십시오. 저희 PM, 아키텍트 최고 인력 투입합니다." 계약 끝나고 회사 돌아왔다. 팀 전체 회의.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103억 수주 확정됐습니다." 박수 나왔다. "작년에 뺏겼던 거 이번에 되찾았어요. 게다가 A사 완전히 밀어냈고." "프로젝트 시작은 내달 초. PM은 이 부장, 아키텍트는 김 부장." "일정 12개월. 타이트해요. 근데 할 수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 레퍼런스로 다른 증권사도 공략할 겁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서 생각했다. 골프 라운드 한 번이 103억 프로젝트가 됐다. 그날 12번 홀에서 들은 "A사 시스템 골치 아파" 한마디. 거기서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전화, 무료 분석 제안, 2주간 파고들기, 보고서 작성, PT 준비, 계약. 3개월 걸렸다. SI 영업이 이거다. 정보 싸움이다. 누가 먼저 아느냐. 누가 먼저 접근하느냐. 누가 신뢰 쌓느냐. 회의실에서 나오는 정보는 다 필터링됐다. 공식 발표 나올 때쯤이면 이미 늦다. 진짜 정보는 골프장, 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