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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 09 Dec, 2025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 왜 계속 연기되나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 왜 계속 연기되나 2년을 기다렸다 2021년 가을이었다. 첫 미팅. A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이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 클라우드 전환 추진합니다." 500억 규모. 레거시 시스템 전면 전환. 나는 믿지 않았다. 15년 경력으로 안다. 금융권은 말과 실행 사이 거리가 멀다. 2022년 상반기. 연기. "금감원 가이드라인 나올 때까지 대기" 2022년 하반기. 또 연기. "보안성 검토 미흡" 2023년 상반기. 또. "내부 합의 부족" 같은 말만 2년. 경쟁사들은 하나둘 포기했다. "언제 할지 모르는데 왜 매달려?" 나는 놓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금융권이 느린 이유 금융은 다르다. 일반 기업이랑. 첫째, 규제. 금감원, 금융위, 개인정보보호위. 허가받을 곳이 세 군데. 클라우드에 고객 데이터 올리는 거. 승인 절차만 6개월. 가이드라인이 바뀌면? 처음부터. 둘째, 보안. 금융권 CISO들은 보수적이다. 당연하다. 사고 나면 본인이 책임진다. "온프렘은 우리가 통제한다. 클라우드는 믿을 수 있나?" 기술 문제가 아니다. 신뢰 문제다. 셋째, 내부 정치. IT본부는 추진. 리스크관리본부는 반대. 경영기획본부는 비용 문제 제기. 준법감시인은 규제 우려. 의사결정권자가 10명 넘는다. 한 명만 반대해도 프로젝트 정지. 넷째, 책임 회피. "내가 결정해서 문제 생기면?"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담당자가 바뀐다. 다시 설득 시작. 이게 금융권이다.경쟁사들이 떨어진 이유 2022년 여름. 경쟁사 B사가 포기했다. 담당 부장이 말했다. "형, 이거 언제 할지 모르잖아. 우리 실적 압박 있어서." 맞는 말이다. SI 영업은 분기마다 수주 실적 내야 한다. 2년을 한 건에 매달리면? 다른 기회 놓친다. 경쟁사 C사는 2022년 말에 나갔다. "고객이 우리를 계속 가격 후려치기 도구로 쓴다." 이것도 맞다. 고객사가 우리 제안서 받아서 경쟁사한테 보여준다. "이 가격 맞출 수 있어?" 견적 경쟁만 2년. 경쟁사 D사는 2023년 초. "담당자가 또 바뀌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못 하겠다." 이해한다. 15개월 동안 제안서 7번 수정했다. 담당 임원 3번 바뀌었다. 새 임원 올 때마다 "왜 클라우드?" 설명부터. 정신력 싸움이다. 2023년 상반기. 우리 회사만 남았다. 상무가 물었다. "자네, 이거 정말 될 거야?" 모르겠다. 솔직히. 하지만 2년 투자했다. 여기서 놓으면? 다 날린다. 내가 버틴 전략 첫째, 관계 유지.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미팅. 프로젝트 진행 안 돼도 만났다. "요즘 업계 동향" 공유 명목. 커피 마시면서 고민 들어줬다. "규제 때문에 힘들죠." 신뢰 쌓는 건 시간이다. 둘째, 정보 수집. A은행 조직도를 달달 외웠다. 누가 찬성, 누가 반대, 누가 키맨. 파악했다. IT본부장은 우군. 리스크본부장은 신중파. 부행장이 최종 결정권자. 반대파 설득은 IT본부장이 하도록. 나는 부행장 보고 자료 도왔다. 셋째, 레퍼런스 만들기. A은행이 두려워하는 건? 선례 없음.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사례를 찾았다. 해외 은행, 국내 증권사. "이 회사도 했습니다. 문제없었습니다." 보안 감사 리포트까지 구해줬다. 리스크본부장 표정이 풀렸다. 넷째, 내부 지원. 우리 회사 CTO를 A은행 CISO 미팅에 대동. 기술 검증 자리. CISO 질문에 CTO가 직접 답변. "클라우드 보안 아키텍처는 이렇습니다." 고객이 안심했다. "기술은 문제없겠네." 다섯째, 끈기. 2년간 75번 미팅했다. 제안서 9번 수정했다. 담당자 4명 바뀌었다. 그때마다 처음부터 설명. 지치지만 표정 관리했다. "이 프로젝트 꼭 하고 싶습니다." 열정이 전해졌다고 본부장이 나중에 말했다.규제가 풀린 순간 2023년 6월. 금감원 클라우드 가이드라인 개정. "금융회사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 방안" 핵심은 간단했다. "잘 관리하면 클라우드 써도 된다." A은행 리스크본부가 움직였다. "이제 명분이 생겼다." 7월. 긴급 내부 회의. IT본부장이 말했다. "지금 안 하면 경쟁사한테 뒤처진다." 부행장이 결정했다. "추진하자." 15일 만에 입찰공고 떴다. 2년 기다렸는데 15일 만에. 제안서 전쟁 입찰 공고부터 제안서 마감까지 45일. 우리 팀은 준비돼 있었다. 2년간 만든 제안서가 9개 버전. 최신 버전 꺼내서 업데이트만 하면 됐다. 경쟁사는 달랐다. 다시 뛰어든 B사, C사. 허겁지겁 제안서 만들었다. 고객 요구사항 제대로 파악 못 했다. 2년 동안 안 만났으니까. 우리는 달랐다. 본부장이 원하는 아키텍처, CISO가 우려하는 보안 포인트, 부행장이 중요하게 보는 ROI. 다 알고 있었다. 제안서 작성 30일 걸렸다. PM 5명, 아키텍트 8명 투입. 나는 매일 밤 11시까지 검토했다. "이 부분 고객이 안 좋아해. 바꿔." 마감 전날. 밤샘. 제안서 600페이지. 최종 검토 3번. 새벽 4시에 끝났다. 출력소 가서 제본. 오전 10시 마감. 9시 55분에 제출. PT 당일 8월 말. PT는 3시간. 경쟁사는 기술 설명 1시간, 가격 설명 30분. 우리는 달랐다. 첫 30분은 A은행 비전 얘기. "디지털 선도 은행 되려면 클라우드 필수." 다음 1시간은 보안 아키텍처. CISO 질문 예상해서 미리 슬라이드 넣었다. 다음 1시간은 프로젝트 수행 전략. 레거시 전환 리스크 최소화 방안. 마지막 30분은 레퍼런스와 가격. 부행장이 고개 끄덕였다. "준비 많이 했네요." 본부장이 웃었다. "2년 기다린 보람 있죠?" PT 끝나고 복도에서 본부장이 말했다. "수고했어요.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확신했다. 됐다. 수주 9월 초. 전화 왔다. "축하드립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습니다." 2년 만이다. 계약금액 520억. 우리 팀 올해 수주 목표가 800억. 이 한 건으로 65% 달성. 상무가 전화했다. "잘했다. 이번 분기 인센티브 두둑하게 줄게." 팀원들 회식했다. PM들 고생했다고 소주 한 박스. 집에 가는 길. 아내한테 전화. "여보, 됐어. 520억." 아내가 울었다. "고생했어. 당신 2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 알아." 맞다. 힘들었다. 하지만 해냈다. 왜 연기됐나 돌아보면 답은 간단하다. 금융권은 느리다. 구조적으로. 규제, 보안, 내부 합의. 세 가지 벽. 하나씩 넘는 데 시간 걸린다. 기다릴 수 있냐 없냐. 그게 승부처다. 많은 영업이 포기한다. "시간 아깝다." 맞다. 시간은 아깝다. 하지만 큰 프로젝트는 원래 느리다. 500억짜리가 3개월 만에 나올 리 없다.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왜 느리지?" 아니라 "왜 못 하지?" 못 하는 이유를 찾아서 하나씩 해결해주는 게 영업이다. 규제? 레퍼런스 찾아줬다. 보안? 아키텍처 검증받았다. 내부 합의? 설득 자료 만들어줬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결국 했다. 이게 SI 영업이다 15년 하면서 배운 거. 빠른 프로젝트는 마진 낮다. 경쟁 심하니까. 느린 프로젝트는 마진 괜찮다. 경쟁사가 중간에 나가니까. 끈기가 차별화다. "이 사람은 진짜 우리 프로젝트 하고 싶어 하는구나." 고객이 느끼면 이긴다. 2년은 길었다. 하지만 520억은 컸다. 내년에 또 큰 프로젝트 나온다. 금융권 AI 시스템 구축. 벌써 고객 만나고 있다. 또 2년 걸릴 수도 있다. 괜찮다. 기다릴 수 있다. 이게 내 방식이다.2년 기다렸다. 520억 따냈다. 끈기가 이겼다.
- 03 Dec, 2025
금융권 임원 골프 라운드에서 들은 '타 회사 시스템 교체' 건, 이게 수주 기회다
일요일 오후, 골프장 일요일 오후 2시. 분당 CC 12번 홀. 금융권 임원 셋이랑 라운드. 평소 알던 K은행 IT본부장, 처음 보는 S증권 부사장, 우리 회사 상무. 날씨 좋다. 바람 적당하다. 스코어는 안 좋다.12번 홀 티샷 끝나고 카트 타고 가는데. S증권 부사장이 말했다. "요즘 A사 시스템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어." 귀가 번쩍 뜨였다. A사. 우리 경쟁사다. 시장 점유율 2위. 우리가 1위. "무슨 일인데요?" "작년에 구축한 트레이딩 시스템. 장 시작하면 자꾸 느려져. 한두 번이 아니야." K은행 본부장이 맞장구쳤다. "아, S증권도 그래? 우리도 A사 시스템 하나 있는데 비슷해. 성능 이슈 계속 나와." 카트에서 내렸다. 공 찾으러 가면서도 계속 들렸다. "고객 컴플레인 들어오면 답이 없어. A사 애들 부르면 '튜닝하겠다'만 반복해." "우리도 똑같아. 근본 해결은 안 되고." 세컨샷 치면서 생각했다. 이거다.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작년 A사가 수주했던 프로젝트. 규모 150억. 우리가 제안했다가 가격에서 밀렸다. 그때 우리 제안 단가가 A사보다 20% 높았다. 품질 차이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가격이 정답"이라던 S증권 구매팀장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그 '싼 게 비지떡'이 증명되는 중이다. 라운드 끝나고 사우나 라운드 끝났다. 스코어 95. 평소보다 못 쳤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클럽하우스 사우나. 다들 맥주 마시면서 이야기 이어갔다. S증권 부사장이 계속 말했다. "시스템 교체 검토 중이야. 근데 예산이 문제지. 작년에 150억 쓰고 또 쓰자니." "그래도 안 되는 거 계속 붙들고 있을 순 없잖아." "그건 맞는데. 경영진 설득이 쉽지 않아." 우리 회사 상무가 슬쩍 말했다. "저희가 한번 검토해드릴까요? 전면 교체 말고 다른 방안도 있을 수 있죠." 부사장이 웃었다. "그래? 근데 공식적으론 아직 아무것도 없어. 내부 검토 단계야." "비공식 검토도 괜찮습니다. 레퍼런스나 기술 자료 정도만." "그 정도야 뭐. 월요일에 우리 팀장한테 연락해봐." 상무가 내 쪽 봤다. 눈빛으로 '네가 해'라고 말했다. 고개 끄덕였다.사우나 나와서 상무랑 잠깐 얘기했다.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작년에 우리 제안서 아직 있죠?" "있지. 근데 그대로 쓰긴 어렵겠지. 1년 지났어." "제안 방향은 비슷하게 가되, 접근법을 바꿔야죠. 전면 교체보다 '단계적 전환'으로." "예산 부담 줄이자는 거지?" "네. 그리고 A사 시스템 문제점 분석 먼저 제안하고요. 무료로." 상무가 웃었다. "공짜 컨설팅으로 들어가서 발 들여놓는다?" "그게 제일 안전합니다. 공식 발주 나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리 잡으면." "월요일 아침에 S증권 IT담당 팀장한테 전화해." "네." 집 가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골프 라운드가 이래서 중요하다. 공식 회의에선 절대 안 나오는 얘기가 나온다. '시스템 문제 있어요' 같은 말은 회의실에선 못 한다. 체면 때문에. 근데 골프장에선 다르다. 맥주 한잔 하면서 "야 우리 진짜 골치 아파"가 나온다. 그게 정보다. 수주 기회다. 월요일 아침 7시 월요일 아침 7시. 출근 전에 자료 먼저 찾았다. 작년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제안서. PDF 1200페이지. 당시 PM이랑 아키텍트랑 두 달 밤샘해서 만든 거다. 제안 단가 180억. A사가 150억으로 가져갔다. 당시 평가 점수 보니까 기술 부분은 우리가 높았다. 가격 점수에서 밀렸다. "기술이 좋아도 비싸면 안 된다"던 구매팀장. 이제 그 결과가 나왔다. 느린 시스템. 고객 컴플레인. 장애 대응 안 됨. 작년 제안서 훑어봤다. 핵심은 '성능 보장 아키텍처'였다.실시간 트레이딩 처리 속도 0.1초 이내 동시 접속 1만 건 처리 가능 장애 발생 시 자동 전환 시스템 A사 대비 30% 높은 처리 용량당시엔 "오버 스펙"이라고 했다. S증권 구매팀이. "그 정도까지 필요 없어요. A사 제안으로 충분해요." 이제 부족하다는 걸 알았을 거다. 8시 반. S증권 IT담당 차팀장한테 전화했다. "팀장님, 어제 부사장님이랑 라운드했는데요." "아, 들었어요. 시스템 얘기 나왔다며?" "네. 저희가 한번 검토 도와드리면 어떨까 해서요." "검토요?" "현재 시스템 성능 분석이요.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향 제시해드리는 거죠." "그거 돈 안 드나요?" "아뇨. 무상으로 해드립니다. 저희 레퍼런스 쌓는 거니까요." 전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 "그럼... 일단 만나보죠. 목요일 오전 어때요?" "좋습니다. 저희 아키텍트 한 명 데리고 갈게요." 전화 끊었다. 첫 발 들여놓았다.작전 회의 오전 10시. 우리 팀 회의실. 나, 상무, 김 아키텍트, 이 PM 모였다.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건입니다. 작년에 A사한테 뺏긴 거." 김 아키텍트가 고개 끄덕였다. "기억나요. 가격 때문에 졌죠." "맞아. 근데 지금 A사 시스템이 문제 생겼어. 성능 이슈." 상무가 말했다. "S증권 부사장이 직접 얘기했어. 시스템 교체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주 나온 건가요?" "아니. 아직 내부 검토 단계야. 근데 우리가 먼저 들어가는 거지." 이 PM이 물었다. "어떻게 접근하시려고요?" 내가 설명했다. "1단계: 무상 성능 분석. A사 시스템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짚어주는 거야." "2단계: 개선 방안 제시. 전면 교체 말고 단계적 전환 방안." "3단계: 예산 최소화 제안. 경영진 설득 도와주는 거지." 김 아키텍트가 웃었다. "공짜로 일해주면서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거 보여주는 거네요." "정확해. 그리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A사 시스템 약점 다 파악하고." "그럼 정식 제안 때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죠." 상무가 말했다. "목요일 오전 미팅. 김 아키텍트랑 같이 가. 이 PM은 제안 시나리오 3개 준비해." "전면 교체, 단계적 전환, 부분 개선. 세 가지 다." "예산 규모도 각각 다르게. 50억, 100억, 150억 버전." "목요일까지요?" "응. 미팅 가서 S증권 반응 보고 그 자리에서 제시할 수 있게." 회의 끝났다. 자리 돌아와서 생각했다. 이번엔 진짜 기회다. 작년엔 가격에서 졌다. 근데 이번엔 다르다. 상대가 실패한 프로젝트 위에서 시작하는 거다. 우리 제안이 '구원'처럼 보일 거다. 그리고 무료 분석으로 먼저 신뢰 쌓으면, 가격 협상도 유리하다. "비싸도 확실한 거 하자"는 분위기 만들 수 있다. 목요일 오전, S증권 본사 목요일 오전 10시. 여의도 S증권 본사 23층. 차팀장 회의실에서 만났다. 차팀장, 박과장, 우리 둘. "요즘 시스템이 어떤 상황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차팀장이 한숨 쉬었다. "장 시작하면 느려져요. 아침 9시 5분부터. 접속자 몰리면 응답속도가 3초까지 올라가요."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3초면 치명적이죠." "맞아요. 고객들 컴플레인 빗발쳐요. '체결이 안 됐어요', '주문 넣었는데 안 보여요'." 박과장이 자료 보여줬다. 장애 리포트 20건. 최근 3개월.9월 12일: 장 시작 후 5분간 시스템 느려짐 9월 18일: 동시 접속 7천 명 시점에 응답 지연 10월 3일: 주문 처리 지연으로 고객 손실 발생 10월 15일: 오전 장 시작 15분 후 시스템 다운"A사 대응은 어떻게 하나요?" "매번 '튜닝하겠다'고 해요. DB 쿼리 튜닝, 캐시 설정 조정, 서버 증설." "근데 근본 해결은 안 되고?" "네. 일주일 괜찮다가 또 터져요." 김 아키텍트가 물었다. "아키텍처 구조 자료 볼 수 있을까요?" "이거요." 박과장이 파일 하나 열었다. 시스템 구성도. 김 아키텍트가 5분 보더니 말했다. "문제 보이네요. WAS가 단일 구조예요. 부하 분산이 안 돼요." "단일 구조요?" "네. 접속자 많아지면 WAS 하나가 다 받아요. 병목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중화 구조로 바꿔야죠. 그리고 트레이딩 처리 로직을 별도 서버로 분리하고." 차팀장이 고개 끄덕였다. "작년에 그쪽이 제안했던 거네요. 우리가 안 받아들인 거고." "이해합니다. 당시엔 예산 문제도 있으셨을 거고." "맞아요. 근데 이제 보니까..." 말을 안 해도 알았다. '싼 게 비지떡'이었다는 거. 내가 제안했다. "저희가 정밀 분석 한번 해드릴까요? 2주 정도 시간 주시면, 현재 시스템 문제점이랑 개선 방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비용은요?" "없습니다. 무상이에요." "왜요? 그냥 해주신다고요?" "저희 입장에선 레퍼런스죠. S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 시스템 분석 경험. 나중에 다른 곳 제안할 때 쓸 수 있으니까요." 차팀장이 박과장 쳐다봤다. 박과장이 고개 끄덕였다. "좋습니다. 해보시죠. 근데 A사랑 충돌 안 하게 해주세요." "당연하죠. 저희는 분석만 하는 거니까. A사 업무 방해 안 합니다." "그럼 다음 주부터 시작할까요?" "네." 회의 끝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타면서 김 아키텍트가 말했다. "들어갔네요." "응. 이제 2주 동안 A사 시스템 속속들이 파악하는 거지." "분석 보고서 나오면 S증권 입장에선 우리 말만 믿게 되겠네요." "그게 목표야." 2주 후, 분석 보고서 2주 지났다. 김 아키텍트팀이 분석 끝냈다. 보고서 120페이지. 핵심 내용: 현재 시스템 문제점WAS 단일 구조로 병목 발생 DB 커넥션 풀 설정 부적절 트레이딩 로직과 일반 로직 미분리 캐시 전략 부재 모니터링 시스템 미흡개선 방안 3가지 방안1: 부분 개선 (50억)WAS 이중화 DB 튜닝 캐시 서버 추가 예상 효과: 응답속도 50% 개선방안2: 단계적 전환 (100억)트레이딩 모듈 재구축 아키텍처 부분 변경 신규 서버 추가 예상 효과: 응답속도 80% 개선방안3: 전면 교체 (150억)시스템 전체 재구축 차세대 아키텍처 적용 클라우드 기반 전환 예상 효果: 완전한 성능 보장금요일 오후 S증권 본사. 보고 미팅. 차팀장, 박과장, 그리고 이번엔 부사장도 왔다. 골프장에서 만났던 그분. "보고서 잘 봤습니다. 정말 상세하네요." "2주 동안 시스템 로그 다 분석했습니다. 문제점이 명확합니다." 부사장이 물었다. "세 가지 방안 중에 추천은?" 김 아키텍트가 답했다. "방안2입니다. 단계적 전환." "이유는?" "방안1은 임시방편이에요. 당장은 나아지지만 1년 후 또 문제 생깁니다." "방안3은 예산 부담이 크고, 전면 중단 리스크 있고요." "방안2는 핵심 모듈만 먼저 바꾸는 겁니다. 리스크 적고, 효과는 확실하고." 부사장이 고개 끄덕였다. "100억이면... 내년 예산에 넣을 수 있겠네." 차팀장이 말했다. "부사장님, 이 방안대로 가면 경영진 보고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현재 시스템 문제점 데이터 이렇게 명확하면." "그리고 우리가 작년에 150억 썼다가 이 꼴 됐잖아. 100억으로 제대로 하는 게 맞아." 내가 말했다. "정식 제안 들어가도 될까요?" 부사장이 웃었다. "아직 공식은 아니야. 근데 내부 검토 자료로 이거 쓸게. 경영진 보고 끝나면 연락할게." "감사합니다." 미팅 끝나고 나왔다. 회사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상무한테 전화했다. "상무님, 됐습니다. S증권 부사장이 경영진 보고한대요." "우리 방안대로?" "네. 방안2, 100억 단계적 전환." "좋아. 정식 제안 준비 들어가. 이번엔 못 뺏겨." "네." 한 달 후 한 달 지났다. S증권에서 연락 왔다. "정식 RFP 나갑니다. 다음 주 월요일." "경쟁 PT는 언제죠?" "2주 후. 근데... 경쟁사가 A사예요." 웃음 나왔다. A사가 또 제안한다고? 자기들이 만든 시스템 망가뜨려놓고, 또 고치겠다고 들어오는 거다. "괜찮습니다. 경쟁 환영이죠." PT 준비 2주 동안 했다. 작년 제안서 베이스로, 분석 보고서 내용 추가하고, 레퍼런스 업데이트하고. 가격은 105억으로 잡았다. 100억보다 5억 높다. 근데 정당화 가능한 범위. "우리는 분석 끝냈고, 정확히 어디 고쳐야 하는지 압니다" 포인트로 가는 거다. PT 당일. 우리가 먼저 발표. 40분.현재 시스템 문제점 (우리가 분석한 데이터) 개선 방안 (구체적 아키텍처) 일정 (12개월, 단계별) 예산 (105억, 항목별 상세) 레퍼런스 (유사 프로젝트 5건)S증권 평가위원들 표정이 좋았다. 고개 끄덕이고, 메모하고. A사 차례. 그들도 40분 발표. 근데 방향이 이상했다. "저희가 만든 시스템이라 누구보다 잘 압니다." "튜닝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개선됩니다." "예산 80억이면 가능합니다." 발표 끝나고 질의응답. 부사장이 물었다. "A사, 왜 처음부터 제대로 안 만들었어요?" A사 본부장이 당황했다. "그게... 당시 예산 범위 안에서 최선을..." "최선이 이거예요? 3개월간 장애 20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원인 파악했고..." "1년 동안 뭐 했어요? 원인 파악을?" 말문 막혔다. 차팅장이 물었다. "80억으로 어떻게 고치는데요? 아키텍처 바꾸려면 100억은 들잖아요." "저희는 아키텍처 안 바꿔도..." 김 아키텍트가 끼어들었다. (우리 편이 질문하는 척) "WAS 단일 구조 그대로 두고 어떻게 개선하시나요?" "그건... 튜닝으로..." "저희 분석 보고서 보셨죠? 구조적 문제예요. 튜닝으론 한계 있어요." A사 팀 아무 말 못 했다. 평가 끝났다. 복도 나오면서 상무가 말했다. "이겼어. 100%." "그렇죠?" "A사 저렇게 당하는 거 처음 봤다." 일주일 후. S증권에서 전화 왔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습니다." "저희죠?" "네. 축하합니다." 계약 계약 협상 2주 걸렸다. S증권 구매팀이 가격 깎으려 했다. 당연한 수순. "105억은 좀 비싼데요. 100억으로 안 될까요?" "항목별로 다 근거 있습니다. 5억 깎으면 인력 줄어요." "인력 줄면 어떻게 되는데요?" "일정 늘어납니다. 12개월이 15개월 되는 거죠." "그건 곤란한데..." "그럼 105억 그대로 가시죠." 결국 103억으로 합의. 2억 깎아줬다. 그 정도면 괜찮다. 계약서 쓰는 날. S증권 본사 회의실. 부사장이 악수하면서 말했다. "골프 라운드 한 게 잘한 일이네." 웃었다. "저도 그날 라운드 나가길 잘했어요." "이번엔 제대로 만들어줘요. 부탁해요." "걱정 마십시오. 저희 PM, 아키텍트 최고 인력 투입합니다." 계약 끝나고 회사 돌아왔다. 팀 전체 회의. "S증권 트레이딩 시스템, 103억 수주 확정됐습니다." 박수 나왔다. "작년에 뺏겼던 거 이번에 되찾았어요. 게다가 A사 완전히 밀어냈고." "프로젝트 시작은 내달 초. PM은 이 부장, 아키텍트는 김 부장." "일정 12개월. 타이트해요. 근데 할 수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 레퍼런스로 다른 증권사도 공략할 겁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서 생각했다. 골프 라운드 한 번이 103억 프로젝트가 됐다. 그날 12번 홀에서 들은 "A사 시스템 골치 아파" 한마디. 거기서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전화, 무료 분석 제안, 2주간 파고들기, 보고서 작성, PT 준비, 계약. 3개월 걸렸다. SI 영업이 이거다. 정보 싸움이다. 누가 먼저 아느냐. 누가 먼저 접근하느냐. 누가 신뢰 쌓느냐. 회의실에서 나오는 정보는 다 필터링됐다. 공식 발표 나올 때쯤이면 이미 늦다. 진짜 정보는 골프장, 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