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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 마감 24시간 전, 마진율을 다시 계산하는 이유

제안서 마감 24시간 전, 마진율을 다시 계산하는 이유

제안서 마감 24시간 전, 마진율을 다시 계산하는 이유 오후 3시, PM의 전화 제안서 제출 마감이 내일 오후 2시다. PM한테 전화 왔다. "부장님, 아키텍트가 서버 스펙 다시 봤는데요." 심장이 내려앉는다. 이 말은 원가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얼마나." "2억 정도요." 총 사업비 50억 제안서다. 2억이면 마진율 4% 날아간다. 지금 12%인데 8%로 떨어지는 거다.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식었다.15년이 가르쳐준 것 신입 때는 몰랐다. 제안서는 숫자 게임이라고. 원가 정확하게 산정하면 수주 못 한다. 너무 낮게 부르면 프로젝트 터진다. 터지면 영업이 책임진다. 10년 차까지는 수주가 답이었다. 일단 따고 보자. PM이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3번 당했다. 프로젝트 적자 나면 영업 인센티브 반납이다. 수주 보너스 받았다가 다시 토해낸다. 15년 차가 되니 보인다. 마진율이 생존이다. 회사는 매출보다 수익을 본다. 50억 수주해도 마진 5%면 욕먹는다. 30억 수주해도 마진 15%면 칭찬받는다. 그걸 모르는 PM들이 많다.PM이 원가를 올리는 이유 회의실로 불렀다. PM과 아키텍트. "왜 지금 말하나." "죄송합니다. 고객사 요구사항 다시 보니까요." 아키텍트가 설명한다. 동시 접속자 5만 명이래. 처음엔 3만 명으로 봤다고. 서버를 더 넣어야 한단다. 스토리지도 더 필요하고. 백업 체계도 이중화래. 기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고객사가 그걸 아느냐다. "RFP에 5만 명 명시돼 있나." "아뇨,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문서화됐나." "회의록에는 없는데 실무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함정이다. PM들은 안전하게 가려고 한다. 프로젝트 터지면 본인 책임이니까. 스펙을 높게 잡는 게 합리적이다. 영업은 수주해야 한다. 스펙 높이면 단가 올라간다. 단가 올리면 경쟁사한테 진다. 이 줄다리기가 15년이다. 마진율 계산 시작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계산기 두드린다. 현재 제안 금액: 50억 원가 (수정 전): 44억 마진: 6억 (12%) PM 요청 원가: 46억 마진: 4억 (8%) 8%로는 못 낸다. 우리 회사 최저 마진율이 10%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본부장 결재다. 본부장한테 가면 뭐라고 하나. "왜 마진 관리를 못 하나." 프로젝트 시작도 안 했는데 영업 평가 깎인다. 역산한다. 마진율 10% 유지하려면. 원가 45억까지 가능하다. PM한테 1억 깎으라고 해야 한다.PM과의 협상 "1억 줄여." "어디서요?" 이제부터가 진짜다. "서버 스펙, 정말 5만 명 동시접속 하나." "피크 타임에는요." "피크가 하루에 몇 시간인데." 아키텍트가 말한다. "2시간 정도입니다." "나머지 22시간은 오버 스펙이네." PM이 방어한다. "그래도 대비는 해야죠." "클라우드 오토스케일링 쓰면 되잖아." 이게 15년 차의 무기다. 기술 다 안다는 게 아니다. 어디서 칼질할 수 있는지 안다. PM들은 온프레미스 사고방식이다. 서버 한 번 사면 5년 쓴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클라우드다. 필요할 때만 쓰면 된다. "오토스케일링 적용하면 서버 30% 줄인다." "그럼 장애 나면요?" "장애 대응은 이중화로 한다. 스펙 높이는 게 아니라." 아키텍트가 계산기 두드린다. "그러면... 7천 정도 줄 수 있겠네요." 7천만 원. 부족하다. "스토리지는." "이건 못 줄입니다." "백업 주기 조정하면 되잖아." PM이 한숨 쉰다. "부장님, 프로젝트 안정성이..." 이 말 나오면 내가 이긴 거다. "안정성은 운영으로 커버한다. 초기 구축 스펙 높인다고 안정적인 거 아니야." 3천만 원 더 깎았다. 총 1억. 원가 45억 맞췄다. 마진율 10%. 경쟁사 단가 추정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느냐. 경쟁사 세 곳. A사, B사, C사. A사는 작년에 이 고객사한테 30억 프로젝트 했다. 레퍼런스 있으니까 공격적으로 나온다. 예상 금액 47억. B사는 신규 진입이다. 일단 발 붙이려고 마진 포기한다. 예상 금액 45억. C사는 우리랑 비슷하다. 고객사랑 관계 좋다. 예상 금액 49억. 우리는 50억. 제일 높다. 전화했다. 고객사 IT 담당 임원. "본부장님, 내일 제출인데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뭔데요." "이번 사업 예산이 어떻게 되시나요." "50억 중반 정도 받았어요." 50억 중반. 52~53억 정도다. 우리 50억이면 안전하다. 47억 쓰면 5억이 남는다. 고객사 입장에서 애매하다. 예산 다 쓰는 게 맞다. 남기면 내년에 깎인다. "품질 중요하시죠?" "당연하죠. 이번 프로젝트 실패하면 제가 책임져야 해요." 확신이 섰다. 이 고객사는 최저가 안 뽑는다. 새벽 2시, 최종 검토 사무실에 나랑 PM만 남았다. 제안서 최종 검토. 표지부터 끝까지 넘긴다. 기술 제안 - 문제없다. 수행 조직 - 우리가 제일 좋다. 일정 계획 - 합리적이다. 가격 제안서. 50억. 원가 45억. 마진 5억, 10%. 이 숫자가 맞는지 다시 본다. PM이 묻는다. "정말 이걸로 낼까요?" "너는 프로젝트 터질까 봐 걱정이고." "네." "나는 수주 못 할까 봐 걱정이야." "네." "그래서 10%가 답이다." "네?" "12%면 너는 안심하는데 나는 떨어진다." "8%면 나는 안심하는데 너는 프로젝트 터진다." "10%는 우리 둘 다 긴장하는 숫자야." PM이 웃는다. "그게 적정선이란 거죠?" "15년 해보니 그렇더라." 제출 버튼 눌렀다. 새벽 2시 30분. 2주 후, 결과 고객사한테 전화 왔다. "축하합니다." 우리가 선정됐다. 경쟁사 가격 물어봤다. A사 48억. B사 44억. C사 49억. B사가 제일 쌌다. 우리보다 6억 낮았다. "왜 저희 뽑으셨나요?" "가격도 중요한데, 수행 조직이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B사는 너무 싸서 오히려 불안했어요." 이게 답이다. 너무 싸면 의심한다. 품질을 포기했나. 나중에 추가 비용 달라고 하나. 적정 가격이 신뢰를 만든다. PM한테 보고했다. "수주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너도 고생했어. 원가 줄이느라." "프로젝트 잘하겠습니다." "마진 10% 지켜라. 그게 너 평가야." "알겠습니다." 마진율이 살길이다 15년 하면서 배운 거 하나. 무조건 수주가 답이 아니다. 수주해도 적자면 의미 없다. 회사는 매출 아니라 이익을 본다. 영업 평가도 마진율로 한다. PM들은 안전하게 가려고 한다. 원가 높게 잡으려고 한다.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면 수주 못 한다. 수주 못 하면 PM도 일 없다. 그래서 협상한다. 밀고 당기면서 균형 찾는다. 경쟁사는 가격으로만 붙는다. 우리는 가격 + 품질로 간다. 그게 15년 차 전략이다. 제안서 마감 24시간 전. 마진율 다시 계산하는 이유. 수주와 수익. 둘 다 살리려면. 숫자를 알아야 한다. 그게 영업이다.마진 10%로 50억 수주했다. 이제 PM 괴롭힐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