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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 왜 계속 연기되나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 왜 계속 연기되나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 왜 계속 연기되나 2년을 기다렸다 2021년 가을이었다. 첫 미팅. A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이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 클라우드 전환 추진합니다." 500억 규모. 레거시 시스템 전면 전환. 나는 믿지 않았다. 15년 경력으로 안다. 금융권은 말과 실행 사이 거리가 멀다. 2022년 상반기. 연기. "금감원 가이드라인 나올 때까지 대기" 2022년 하반기. 또 연기. "보안성 검토 미흡" 2023년 상반기. 또. "내부 합의 부족" 같은 말만 2년. 경쟁사들은 하나둘 포기했다. "언제 할지 모르는데 왜 매달려?" 나는 놓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금융권이 느린 이유 금융은 다르다. 일반 기업이랑. 첫째, 규제. 금감원, 금융위, 개인정보보호위. 허가받을 곳이 세 군데. 클라우드에 고객 데이터 올리는 거. 승인 절차만 6개월. 가이드라인이 바뀌면? 처음부터. 둘째, 보안. 금융권 CISO들은 보수적이다. 당연하다. 사고 나면 본인이 책임진다. "온프렘은 우리가 통제한다. 클라우드는 믿을 수 있나?" 기술 문제가 아니다. 신뢰 문제다. 셋째, 내부 정치. IT본부는 추진. 리스크관리본부는 반대. 경영기획본부는 비용 문제 제기. 준법감시인은 규제 우려. 의사결정권자가 10명 넘는다. 한 명만 반대해도 프로젝트 정지. 넷째, 책임 회피. "내가 결정해서 문제 생기면?"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담당자가 바뀐다. 다시 설득 시작. 이게 금융권이다.경쟁사들이 떨어진 이유 2022년 여름. 경쟁사 B사가 포기했다. 담당 부장이 말했다. "형, 이거 언제 할지 모르잖아. 우리 실적 압박 있어서." 맞는 말이다. SI 영업은 분기마다 수주 실적 내야 한다. 2년을 한 건에 매달리면? 다른 기회 놓친다. 경쟁사 C사는 2022년 말에 나갔다. "고객이 우리를 계속 가격 후려치기 도구로 쓴다." 이것도 맞다. 고객사가 우리 제안서 받아서 경쟁사한테 보여준다. "이 가격 맞출 수 있어?" 견적 경쟁만 2년. 경쟁사 D사는 2023년 초. "담당자가 또 바뀌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한다. 못 하겠다." 이해한다. 15개월 동안 제안서 7번 수정했다. 담당 임원 3번 바뀌었다. 새 임원 올 때마다 "왜 클라우드?" 설명부터. 정신력 싸움이다. 2023년 상반기. 우리 회사만 남았다. 상무가 물었다. "자네, 이거 정말 될 거야?" 모르겠다. 솔직히. 하지만 2년 투자했다. 여기서 놓으면? 다 날린다. 내가 버틴 전략 첫째, 관계 유지.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미팅. 프로젝트 진행 안 돼도 만났다. "요즘 업계 동향" 공유 명목. 커피 마시면서 고민 들어줬다. "규제 때문에 힘들죠." 신뢰 쌓는 건 시간이다. 둘째, 정보 수집. A은행 조직도를 달달 외웠다. 누가 찬성, 누가 반대, 누가 키맨. 파악했다. IT본부장은 우군. 리스크본부장은 신중파. 부행장이 최종 결정권자. 반대파 설득은 IT본부장이 하도록. 나는 부행장 보고 자료 도왔다. 셋째, 레퍼런스 만들기. A은행이 두려워하는 건? 선례 없음.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 사례를 찾았다. 해외 은행, 국내 증권사. "이 회사도 했습니다. 문제없었습니다." 보안 감사 리포트까지 구해줬다. 리스크본부장 표정이 풀렸다. 넷째, 내부 지원. 우리 회사 CTO를 A은행 CISO 미팅에 대동. 기술 검증 자리. CISO 질문에 CTO가 직접 답변. "클라우드 보안 아키텍처는 이렇습니다." 고객이 안심했다. "기술은 문제없겠네." 다섯째, 끈기. 2년간 75번 미팅했다. 제안서 9번 수정했다. 담당자 4명 바뀌었다. 그때마다 처음부터 설명. 지치지만 표정 관리했다. "이 프로젝트 꼭 하고 싶습니다." 열정이 전해졌다고 본부장이 나중에 말했다.규제가 풀린 순간 2023년 6월. 금감원 클라우드 가이드라인 개정. "금융회사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 방안" 핵심은 간단했다. "잘 관리하면 클라우드 써도 된다." A은행 리스크본부가 움직였다. "이제 명분이 생겼다." 7월. 긴급 내부 회의. IT본부장이 말했다. "지금 안 하면 경쟁사한테 뒤처진다." 부행장이 결정했다. "추진하자." 15일 만에 입찰공고 떴다. 2년 기다렸는데 15일 만에. 제안서 전쟁 입찰 공고부터 제안서 마감까지 45일. 우리 팀은 준비돼 있었다. 2년간 만든 제안서가 9개 버전. 최신 버전 꺼내서 업데이트만 하면 됐다. 경쟁사는 달랐다. 다시 뛰어든 B사, C사. 허겁지겁 제안서 만들었다. 고객 요구사항 제대로 파악 못 했다. 2년 동안 안 만났으니까. 우리는 달랐다. 본부장이 원하는 아키텍처, CISO가 우려하는 보안 포인트, 부행장이 중요하게 보는 ROI. 다 알고 있었다. 제안서 작성 30일 걸렸다. PM 5명, 아키텍트 8명 투입. 나는 매일 밤 11시까지 검토했다. "이 부분 고객이 안 좋아해. 바꿔." 마감 전날. 밤샘. 제안서 600페이지. 최종 검토 3번. 새벽 4시에 끝났다. 출력소 가서 제본. 오전 10시 마감. 9시 55분에 제출. PT 당일 8월 말. PT는 3시간. 경쟁사는 기술 설명 1시간, 가격 설명 30분. 우리는 달랐다. 첫 30분은 A은행 비전 얘기. "디지털 선도 은행 되려면 클라우드 필수." 다음 1시간은 보안 아키텍처. CISO 질문 예상해서 미리 슬라이드 넣었다. 다음 1시간은 프로젝트 수행 전략. 레거시 전환 리스크 최소화 방안. 마지막 30분은 레퍼런스와 가격. 부행장이 고개 끄덕였다. "준비 많이 했네요." 본부장이 웃었다. "2년 기다린 보람 있죠?" PT 끝나고 복도에서 본부장이 말했다. "수고했어요.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확신했다. 됐다. 수주 9월 초. 전화 왔다. "축하드립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습니다." 2년 만이다. 계약금액 520억. 우리 팀 올해 수주 목표가 800억. 이 한 건으로 65% 달성. 상무가 전화했다. "잘했다. 이번 분기 인센티브 두둑하게 줄게." 팀원들 회식했다. PM들 고생했다고 소주 한 박스. 집에 가는 길. 아내한테 전화. "여보, 됐어. 520억." 아내가 울었다. "고생했어. 당신 2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 알아." 맞다. 힘들었다. 하지만 해냈다. 왜 연기됐나 돌아보면 답은 간단하다. 금융권은 느리다. 구조적으로. 규제, 보안, 내부 합의. 세 가지 벽. 하나씩 넘는 데 시간 걸린다. 기다릴 수 있냐 없냐. 그게 승부처다. 많은 영업이 포기한다. "시간 아깝다." 맞다. 시간은 아깝다. 하지만 큰 프로젝트는 원래 느리다. 500억짜리가 3개월 만에 나올 리 없다.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왜 느리지?" 아니라 "왜 못 하지?" 못 하는 이유를 찾아서 하나씩 해결해주는 게 영업이다. 규제? 레퍼런스 찾아줬다. 보안? 아키텍처 검증받았다. 내부 합의? 설득 자료 만들어줬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결국 했다. 이게 SI 영업이다 15년 하면서 배운 거. 빠른 프로젝트는 마진 낮다. 경쟁 심하니까. 느린 프로젝트는 마진 괜찮다. 경쟁사가 중간에 나가니까. 끈기가 차별화다. "이 사람은 진짜 우리 프로젝트 하고 싶어 하는구나." 고객이 느끼면 이긴다. 2년은 길었다. 하지만 520억은 컸다. 내년에 또 큰 프로젝트 나온다. 금융권 AI 시스템 구축. 벌써 고객 만나고 있다. 또 2년 걸릴 수도 있다. 괜찮다. 기다릴 수 있다. 이게 내 방식이다.2년 기다렸다. 520억 따냈다. 끈기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