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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Dec, 2025
수주 후 프로젝트가 터졌다, 왜 영업이 책임을 져야 하나
수주 후 프로젝트가 터졌다, 왜 영업이 책임을 져야 하나 금요일 오후 3시, 전화벨 금요일 오후 3시. 고객사 CIO 전화. "부장님,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목소리가 차갑다. 심상치 않다. "납기 2주 미뤄진다고 들었는데, 우리 경영진 보고 어떻게 합니까?" 65억짜리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 6개월 전 수주했다. 당시 회사에서 상 받았다. 인센티브 2천만원 받았다. 지금 그게 터졌다. PM한테 전화 걸었다. 30분 전에. "영업 탓 아니잖아요. 현장이 문제죠." 현장 PM 말이다. 틀린 말 아니다. 하지만 고객사는 내게 전화한다. 왜? 나한테 사인 받았으니까.수주할 땐 영웅, 터지면 죄인 15년 이 바닥 있으면서 배운 거 하나. 수주하면 영웅. 터지면 죄인. 프로젝트 잘 돌아갈 땐 PM이 영웅이다. 경영진이 PM 칭찬한다. "프로젝트 관리 잘했어." 영업은? 수주만 했을 뿐. 프로젝트 터지면? PM은 "영업이 무리하게 수주했다"고 한다. 경영진은 "고객 관리 왜 이래?"라고 한다. 고객사는? "부장님이 약속했잖아요." 나 혼자 샌드위치다. 작년에도 있었다. 45억짜리 클라우드 전환. 수주할 때 PM이랑 범위 협의 다 했다. 아키텍트도 검토했다. "가능합니다" 했다. 6개월 뒤? 고객사가 요구사항 바꿨다. 당연히 바뀐다. 차세대는 다 그렇다. PM은? "이건 원래 범위 아니에요. 추가 예산 받아야죠." 고객사는? "부장님,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로 한 거 아닙니까?" 결국 내가 내부 설득했다. 무상으로 해주기로. 마진 3억 날렸다. 누구 책임? 내 실적에서 빠졌다. 영업이 뭘 약속했길래 고객사가 화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장님이 4월 오픈 가능하다고 했잖아요." 맞다. 그렇게 말했다. 제안서에도 썼다. 계약서에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내 맘대로 정한 건 아니다. 제안 준비할 때 PM이랑 일정 짰다. PM이 "4월 가능합니다" 했다. 아키텍트도 검토했다. "버퍼 2주 있으니 괜찮습니다" 했다. 나는 그걸 고객한테 전달한 것뿐이다. 근데 지금? PM은 "현장 상황이 바뀌었다"고 한다. 뭐가 바뀌었나? "고객사 담당자가 요구사항을 계속 바꿔요." "개발자 두 명이 중도 퇴사했어요." "테스트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요." 다 맞는 말이다. 현장은 전쟁터다. 변수 투성이다. 하지만 고객사 입장은? "그건 당신네 내부 사정이잖아요. 우리는 4월에 오픈해야 해요." 틀린 말 아니다. 결국 누가 조율하나? 영업이다. 나다.고객사는 영업을 본다 SI 프로젝트에서 고객사가 보는 건 하나다. 영업. PM? 고객사 실무자랑 얘기한다. 담당자 레벨이다. 아키텍트? 기술 검토할 때만 본다. 경영진? 계약할 때 한 번 본다. 근데 프로젝트 돌아가는 동안? CIO, IT 담당 임원이 누구 찾나? 영업이다. 나다. 왜? 계약서에 내 이름 있으니까. 수주할 때 내가 프레젠테이션 했으니까. 고객사 입장에선 나한테 산 거다. 그러니까 문제 생기면 나한테 전화한다. "부장님,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부장님네 PM이 자꾸 추가 비용 얘기하는데, 이거 원래 범위 아닙니까?" "부장님, 우리 이번 달 실적 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시스템 안 열리면 어떻게 합니까?" PM한테 전화 안 한다. 왜? PM은 실무자니까. 임원은 임원끼리 얘기한다. 근데 우리 쪽 임원은 현장 몰라. 그러니까 나한테 내려온다. "야, 고객사 무마시켜." 어떻게? 현장과 고객사 사이에서 프로젝트 터지면 내 역할은 하나다. 조율. 고객사는 화났다. 당연하다. 약속 어겼으니까. 현장은 빡쳤다. 이것도 당연하다. 야근에 주말 근무에 죽어나는데 고객사는 더 빨리하래. 경영진은? "빨리 해결해" 한다. 그 사이에 나 있다. 화요일 아침. 고객사 CIO한테 전화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일정 조정하겠습니다." "조정이요? 지금 2주 늦는다며?" "버퍼 기간 활용해서 최대한 단축하겠습니다." "부장님, 우리 이사회 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2주 늦으면 실적 차질 생겨요." "알고 있습니다. PM이랑 재논의해서 방안 드리겠습니다." 전화 끊고 PM한테 전화. "야, 2주 단축 방법 없어?" "없어요. 인력 더 투입해도 2주는 걸려요." "고객사 실적 영향 간다는데?" "그건 저희 문제 아니잖아요. 요구사항 바뀐 거 고객 책임이에요." 맞다. 기술적으론 맞다. 근데 정치적으론? 틀렸다. "고객사한테 그렇게 말할 거야?" "...당연히 아니죠." "그럼 내가 어떻게 보고해?" 결국 협의했다. 테스트 기간 1주 단축. 투입 인력 3명 증원. 주말 작업 2회. 마진? 1억 날렸다. 고객사한테 다시 전화. "CIO님, 1주로 단축 가능합니다. 주말 작업 투입하겠습니다." "2주 아니었어요?" "최대한 조정했습니다. 인력 추가 투입합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1주도 늦는 거잖아요?" "죄송합니다. 최선 다하겠습니다." 이게 내 일이다. 조율.왜 영업이 책임지나 여기서 질문 하나. 왜 영업이 책임지나? 기술 문제는 PM 책임 아닌가? 일정 관리는 PL 책임 아닌가? 요구사항 변경은 고객사 책임 아닌가? 다 맞다. 역할상으론 그렇다. 근데 프로젝트는 역할만으로 안 돌아간다. 고객사는 기술 몰라. 요구사항 바뀐 게 왜 문제인지 몰라. 개발자 퇴사가 왜 일정에 영향 주는지 몰라. 고객사가 아는 건 하나다. "4월에 오픈한다고 했잖아." 이걸 설명하는 게 누구 몫인가? PM? PM은 설명 못 한다. 기술 용어로 설명한다. 고객사 임원은 이해 못 한다. 경영진? 경영진은 현장 몰라. "빨리 해" 밖에 모른다. 결국 영업이다. 고객사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내부 상황을 정치적으로 포장해야 한다. "CIO님, 요구사항이 초기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이 부분 반영하느라 일정이 조정됐습니다." "그게 우리 잘못입니까? 당신네가 범위 명확히 안 한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다만 현장에서 실사용자 의견 반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확장된 겁니다. 더 좋은 시스템 만들려고요." 포장이다. 근데 거짓말은 아니다. 이게 영업 역할이다. 책임? 기술적 책임은 없다. 근데 정치적 책임은 있다. 고객이 나한테 샀으니까. 15년 하면서 배운 것 SI 영업 15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프로젝트는 기술로만 안 된다. 기술 완벽해도 터진다. 요구사항 바뀐다. 인력 빠진다. 고객사 정치에 휘말린다. 그럼 누가 수습하나? 영업이다. 수주할 땐 PM이랑 같이 웃는다. "좋은 프로젝트 하자." 악수한다. 터지면? PM은 "영업이 무리하게 수주했다" 한다. 고객사는? "부장님이 약속 어겼다" 한다. 경영진은? "고객 관리 제대로 해" 한다. 나 혼자 욕먹는다. 근데 이게 SI 영업이다. 수주하면 인센티브 받는다. 터지면 책임진다. 트레이드오프다. 싫으면? 다른 일 해야지. 근데 15년 했다. 이제 다른 거 못 한다. 그냥 한다. 조율하고 설득하고 포장한다. 그게 내 일이다. 목요일 밤 10시 목요일 밤 10시. 고객사 CIO한테 문자 왔다. "부장님, 1주 지연 우리 팀에서 커버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다음 페이즈 일정 맞춰주세요." 숨 쉬어진다. PM한테 전화. "고객사 OK 떨어졌어. 다음 페이즈 일정 칼같이 지켜." "...알겠습니다." 경영진한테 보고 메일 썼다. "고객사 협의 완료. 프로젝트 정상 진행." 답장 왔다. "수고했어." 수고? 2주 동안 밤샘하면서 조율한 건데. 뭐 어때. 터진 프로젝트 하나 살렸다. 이번 달 마진 1억 까였지만. 그래도 고객사랑 관계는 지켰다. 다음 프로젝트 받을 수 있다. 이게 SI 영업이다. 수주만 하는 게 아니다. 터진 거 수습하는 것까지가 영업이다. 15년 했으면서도 적응 안 된다. 근데 뭐 어쩌겠나. 내 밥줄이다. 금요일 아침. 출근했다. PM이랑 커피 마셨다. "고생했어요." "너도." 악수했다. 다음 프로젝트 또 같이 해야 한다. 터지면? 또 조율한다. 그게 내 일이니까.책임은 역할이 아니라 관계에서 나온다. 고객은 영업한테 샀다. 그러니까 영업이 책임진다. 기술적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현실이다. 15년 배운 거 이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