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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이
- 09 Dec, 2025
DX 컨설팅이 진짜 돈 되나, 아니면 허상인가
DX 컨설팅, 숫자를 봤다 작년부터 회사가 난리다. DX 컨설팅 늘려라, 마진율이 높다, 미래 먹거리다. 본부장이 매주 압박한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15년간 SI만 했다. 차세대 시스템, 클라우드 전환, 이게 내 영역이었다. 근데 회사는 DX 컨설팅으로 방향 틀었다. 숫자를 봤다. 마진율 차이가 진짜 크더라. 일반 SI 프로젝트는 마진율 8~12%. 경쟁 입찰 들어가면 더 떨어진다. 지난번 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350억 수주했는데 마진 9.5%. 인건비 빠지면 남는 게 없다. DX 컨설팅은 다르다. 마진율 25~35%. 같은 기간, 같은 인력 투입해도 수익이 세 배다. 경영진이 왜 미는지 알겠더라. 근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고객사는 냉정하다 첫 DX 컨설팅 제안했을 때다. S은행 CIO 미팅. "저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컨설팅을 제안드립니다. 귀사의 디지털 성숙도를 진단하고..." CIO가 끊었다. "그래서 뭐가 바뀌는데요?" 할 말이 없었다. 전략 수립, 로드맵 제시, 이런 말만 늘어놓았다. 구체적인 결과물은 모호했다. 그날 저녁 팀 회의했다. 문제가 뭔지 알았다. 고객사는 실체를 원한다. "DX 한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바뀌는 걸 원한다. 매출이 올라가거나, 비용이 줄거나, 고객 경험이 개선되거나. 우리는 그걸 못 보여줬다. 두 번째 제안 준비했다. K증권. 접근을 바꿨다. "MZ세대 고객 이탈률 23%입니다. 앱 사용성 개선하면 15%로 줄일 수 있습니다. 컨설팅으로 개선 포인트 찾고, 즉시 적용 가능한 솔루션까지 제시합니다." 반응이 달랐다. CIO가 CFO 데려왔다. 숫자 얘기했더니 재무팀이 움직였다. 근데 여기서 또 문제. 증권사 IT 담당 이사가 반발했다. "우리 팀도 할 수 있는데 왜 외부 컨설팅이 필요합니까?" 결국 무산됐다. 내부 정치에서 졌다.수주 난이도는 지옥 SI 프로젝트는 패턴이 있다. 입찰 공고 뜨면, 제안서 쓰고, 기술 평가 받고, 가격 경쟁하고. 15년 하다 보니 눈 감고도 한다. DX 컨설팅은 다르다. 입찰 자체가 없다. 제안 영업을 해야 한다. 고객사 임원 설득해서, 예산 따내게 하고, 내부 공감대 형성하고. 이게 SI보다 세 배는 어렵다. 지난 6개월간 제안한 DX 컨설팅 프로젝트. 12건 제안해서 성공한 건 2건. 수주율 16%. SI는 40% 넘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DX 컨설팅이 뭔지 고객사도 모른다. "우리한테 필요한가요?" 이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SI는 그럴 필요 없다. 시스템 노후화했으면 당연히 바꾼다. 둘째, 효과를 증명하기 어렵다. SI는 시스템 구축하면 끝이다. DX 컨설팅은 전략 수립하고, 실행은 고객사가 한다. 실패하면? "컨설팅이 잘못됐다" 된다. 셋째, 경쟁이 다르다. SI는 국내 몇 개 회사끼리 싸운다. DX 컨설팅은? 맥킨지, BCG, 딜로이트. 이런 애들이랑 싸운다. 브랜드부터 안 된다. 넷째, 내부 역량 부족하다. 우리 컨설턴트들, 전부 SI 출신이다. 경영 전략 모른다. 산업 트렌드 분석 못 한다. 고객사 임원이 질문하면 버벅댄다. 그래도 수주한 2건 있다. 어떻게 했나.성공 케이스, 그리고 현실 L카드사 프로젝트. 12억. 우리 첫 DX 컨설팅 수주였다. 성공 요인은 세 가지였다. 하나, 기존 고객사였다. 작년에 차세대 시스템 구축해줬다. 신뢰가 있었다. CIO가 우릴 믿었다. 둘, 구체적인 과제였다. "모바일 앱 리뉴얼" 이미 정해진 목표였다. 우린 실행 방법론만 제시하면 됐다. 막연한 "DX 전략"이 아니었다. 셋, 실행까지 패키지로 묶었다. 컨설팅만 하면 8억. 실행까지 하면 12억. 고객사는 후자를 택했다. 실패 리스크를 우리한테 떠넘긴 거다.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앱 리뉴얼 후 MAU 35% 증가. 고객사 만족했다. 우리도 레퍼런스 생겼다. 근데 복제가 안 된다. 다른 카드사 찾아갔다. "L카드 사례 있습니다. 똑같이 해드립니다." 반응이 시큰둥하다. "우리 상황은 다른데요." 맞는 말이다. 각 회사마다 시스템 다르고, 조직 문화 다르고, 경영진 생각이 다르다. 복붙이 안 된다. 결국 DX 컨설팅은 맞춤형이다. 매번 새로 제안서 쓴다. 매번 다른 스토리 만든다. 이게 지친다. SI는 템플릿 있다. 차세대 시스템 제안서, 클라우드 전환 제안서. 고객사 이름만 바꾸면 80%는 재사용한다. DX는 그게 안 된다. 두 번째 수주는 M제조사. 15억. 스마트팩토리 컨설팅. 이건 운이었다. 정부 지원 사업이었다. 예산 나와 있었고, 우리가 제일 먼저 제안했다. 경쟁사 오기 전에 선점했다. 근데 프로젝트 진행이 험하다. 제조 현장 모른다. 컨설턴트들이 공장 가서 어리둥절해한다. 생산직 팀장들이 "이 사람들 뭐 아는 게 있나?" 의심한다. PM이 밤새 공부한다. 제조 공정, 설비 데이터, 품질 관리. 원래 금융권 SI만 했던 애다. 지금은 공장 용어를 외운다.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마진은 높은데, 지속 가능한가 숫자로만 보면 DX 컨설팅이 좋다. L카드 프로젝트 12억. 인건비 7억. 마진 5억. 마진율 41%. 같은 기간 SI 프로젝트 했으면? 50억 수주해도 마진 5억 비슷하다. 규모는 작아도 수익은 같다. 회사 입장에선 당연히 DX를 밀 수밖에 없다. 근데 현장은 다르다. 첫째, 수주가 안 된다. 올해 목표 100억. 지금까지 수주한 거 27억. 4분의 1 남았는데 반도 못 채웠다. 둘째, 인력이 없다. DX 컨설팅 할 사람 구하기 어렵다. SI 개발자 데려와서 컨설턴트 만들 수 없다. 스킬셋이 다르다. 외부에서 스카웃하려니 연봉이 안 맞는다. 외국계 컨설팅 펌에서 오려면 억 단위 줘야 한다. 우린 SI 연봉 체계다. 안 온다. 셋째, 반복 수주가 어렵다. SI는 관계가 이어진다. 차세대 했으면 유지보수 계약 따라온다. 3년 후 고도화 또 한다. DX 컨설팅은? 한 번 하면 끝이다. 전략 수립했으면 실행은 고객사가 한다. 우린 나간다. 다음 프로젝트 없다. 넷째, 리스크 크다. SI는 실패해도 책임이 분산된다. 발주사, 우리, 하드웨어 벤더, 네트워크 업체. 다들 조금씩 책임진다. DX 컨설팅은? 우리 책임이다. 전략이 틀렸으면 우리 잘못이다. 마진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그래서 고민이다. DX 컨설팅을 계속 밀어야 하나, 아니면 SI로 돌아가야 하나. 회사는 DX 가라고 한다. 현장은 SI가 편하다. 허상은 아니다, 근데 쉽지도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DX 컨설팅은 허상이 아니다. 시장은 있다. 고객사들 진짜로 고민한다. 디지털 전환 안 하면 도태된다는 걸 안다. 예산도 있다. 마진도 진짜 높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이 번다. 근데 쉽지 않다. SI는 정해진 게임이다. 룰 알고, 경쟁사 알고, 고객사 의사결정 구조 안다. 15년 하면 전문가 된다. DX 컨설팅은 새 게임이다. 룰 모르고, 경쟁사 다르고, 고객사도 헷갈려한다. 15년 경력이 별로 안 통한다. 그래서 지금 배우는 중이다. 실패도 많이 한다. 제안서 12개 냈는데 10개 떨어졌다. 속상하다. 근데 배운다. 어떤 제안이 먹히는지, 어떤 고객사가 진짜 원하는지, 어떤 타이밍이 좋은지. 하나씩 알아간다. 팀원들도 배운다. 처음엔 "이거 우리가 할 수 있나" 했다. 지금은 "다음엔 더 잘하겠다" 한다. 솔직히 앞으로 5년은 더 걸릴 것 같다. DX 컨설팅 제대로 하려면. 근데 SI 시장은 줄고 있다. 신규 구축 프로젝트 줄고, 유지보수 단가 떨어지고, 클라우드로 넘어가면서 우리 몫 줄고. 선택지가 없다. DX 컨설팅 해야 한다. 허상인가 실체인가. 둘 다다. 가능성은 있는데, 지금 당장은 어렵다. 마진은 높은데, 수주가 안 된다. 미래는 밝은데, 현재는 힘들다. 그래도 한다. 할 수밖에 없다. 작년에 SI만 했으면 올해도 SI만 했을 거다. 근데 DX 두 건 수주했다. 27억. 적지 않다. 내년엔 50억 목표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한다. 15년 전에 첫 SI 프로젝트 할 때도 몰랐다. 지금은 눈 감고도 한다. DX도 그렇게 되겠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패를 견딜 배짱이.DX 컨설팅, 돈은 되는데 쉽게 버는 돈은 아니다.